방금 듣고 오신 노래는 1968년 한글날을 맞아 만든 '한글은 우리의 얼'이라는 노래입니다.<br /><br />노래 중에 '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'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.<br /><br />조선시대, 한글 창제는 일반 백성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?<br /><br />이 정겨운 이름 좀 보시죠, 황강아지, 이수저, 강돌상, 노막산… 별 뜻 없이 순우리말로 지어진 이 이름은 조선 시대 노비들의 이름입니다.<br /><br />이것은 경남 진주 재령 이 씨 종가의 고문서 더미에서 발견된 '상계 문서'인데요.<br /><br />18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이 집안 노비와 마을 백성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.<br /><br />상계는 상을 치르고 제사 지내는 일을 서로 돕기 위해서 만든 계인데, 노비와 가난한 백성들도 이렇듯 계를 만들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서로 도왔던 겁니다.<br /><br />양반들이 한자로 적은 계 문서야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오곤 했지만, 이렇게 노비들이 직접 한글로 적은 문서가 잘 보존돼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.<br /><br />재령 이 씨 가문이 부리는 사람들이며 소작농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이 남긴 문서까지 잘 보관해왔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, 좀 자세히 볼까요?<br /><br />문서는 계원 명단을 적은 계안(契案)과 돈의 출납을 적은 치부(置簿)로 구성돼 있는데, 상을 당한 사람의 이름과 부조 물품, 시기를 적고 임원들이 확인 서명을 했습니다.<br /><br />"김일천이 모상 시에, 모친상을 당했을 때, 상포 사십 척을 몰소 전급한다, 돈으로 쳐서 준다" 는 식으로 기록해 두었습니다.<br /><br />잘 읽어보면 3년 상을 치른 뒤 첫 제사 때에도 술 빚는 누룩과 나락을 부조하면서 서로 살뜰히 챙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"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말이 서로 맞지 않으니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자기 뜻을 펼 수 없는 사람이 많다.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…"<br /><br />아무리 비천한 신분이라도 뜻하는 바를 펼치게 하고 싶었던 세종대왕의 마음.<br /><br />250년 전, 노비들이 남긴 계 문서는 임금의 그 마음이 실제 백성의 삶 곳곳에 미쳐 '새 세상'을 열어주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직접 보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연말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시실에서 열리는 '한글, 소통과 배려의 문자' 특별전을 찾으시면 되겠습니다.<br /><br />궁중과 민간의 아름다운 한글 자료 백여 점이 전시됩니다.<br /><br />나연수 [ysna@ytn.co.kr]<br /><br />▶ 기사 원문 : http://www.ytn.co.kr/_ln/0106_201606281801344576<br />▶ 제보 안내 : http://goo.gl/gEvsAL, 모바일앱, 8585@ytn.co.kr, #2424<br /><br />▣ YTN 유튜브 채널 구독 : http://goo.gl/Ytb5SZ<br /><br />[ 한국 뉴스 채널 와이티엔 / Korea News Channel YTN ]